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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2: 설득은 과학이다

by 오돋 2022. 7. 13.
스티브 마틴, 노아 골드스타인, 로버트 치알디니 저

설득은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작용

살면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가 많지만, 특히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설득력이 정말 필수적인 능력이자 성공의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쉼 없이 직업생활을 하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는 자신감을 갖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해내야 할 때 막연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곤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됐고, 설득은 굉장히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작용으로서 공부하고 연습하면 어느 정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미약하게나마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실제 회사생활에 적용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나는 상호성의 법칙을 인상 깊게 보고, 이를 내 여러 인간관계에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호의를 기본으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설득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이 책을 요약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사회적 증거의 법칙: 다수의 행동이 '선'이다

우리는 보통 나와 비슷한 처지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규범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있지만, 친구들과 카페에 가면 큰소리로 수다를 떠는 것처럼 말이다. 인터넷쇼핑을 할 때 이용후기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그 사람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공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지각을 자주 하는 팀원을 설득하려는 팀장은 해당 팀원과 가까운 동네에 살거나 연령대가 비슷한 팀원을 사례로 들어 충고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부정적인 예시를 사용하기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의 사례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회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불참률을 공지하고 불참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전환하여 일부가 불참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참석자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짚으면 불참자가 소수임을 강조할 수 있고, 회의에 참석했을 때 얻는 이득을 강조하면 사람들의 불참률을 더 효과적으로 낮출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해야 할 때 이를 이미 적용한 부서나 구성원이 얼마나 되는지, 새로운 업무방식 도입을 통해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면 아직 도입하지 않은 부서나 구성원을 비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이 책에서 본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는 '평균의 자석'이었다. 평균의 자석이란 사람들이 이전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또는 하고 있지 않았는지에 상관없이 평균에 부합하는 쪽으로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야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던 사람들이 (덜 바람직한) 표준에 맞추려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바람직한 행동을 조직 또는 사회가 인정하고 있다는 걸 표현해야 하며, 그것은 내 행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일 뿐만 아니라 '자아 상승 Ego boost'의 형태로 긍정적인 강화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2. 상호성의 법칙: 호의는 호의를 부른다

상호성의 법칙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이 법칙은 일상적인 사회생활, 사업상 거래, 가까운 인간관계 등에서 우리가 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과 신뢰를 쌓도록 도와준다. 만약 직장상사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는 당신을 '자기 사람'으로 볼 것이고, 그러한 관계는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병원에 가야 하거나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등 부득이하게 일찍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사정이 생긴 팀원이 조금 일찍 나갈 수 있게 배려한다면 당신의 호의는 호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거나 마음을 움직여야 할 때,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보다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를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상호성의 법칙과 그에 따르는 심리적 의무감은 나중에 내가 무언가를 부탁할 때 수락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호의가 호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무언가를 받는 사람은 자신이 받은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미 있다'는 것이 반드시 비싸다는 뜻은 아니다. 호의든 선물이든 중요한 것은 그 액수나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예상 밖의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개인적이고 성의 있는 것인지이다. 바로 이 점이 내 마음의 표현을 더 설득력 있게 한다.
회사에서 상호성이 꽃을 피우는 순간은 바로 협업할 때일 것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능력이 뛰어난 리더 혼자 만들어낸 결과물이 개개인의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협업하는 그룹의 결과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는데 첫째, 혼자 일하는 의사결정권자는 지식과 관점의 다양성을 가지기 어렵고 둘째, 혼자 해결방법을 찾는 사람은 '평행적인 프로세싱'의 이점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협업하는 그룹은 한 가지 문제에 딸린 많은 과제를 나눠서 할 수 있지만, 혼자 일하는 리더는 각각의 과제를 차례대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아이디어를 이끌어내야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3. 일관성의 법칙: 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라벨링Labeling' 기법을 알아보자.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에피소드인 <제다이의 귀환 Return of the Jedi>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에게 하는 말을 예로 들고 있다. 이미 흑화한 다스 베이더에게 루크 스카이워커가 네 안에는 아직 선함이 남아 있다고 단정지어 말하는 장면이다. 즉, 어떤 사람에게 특정 신념이나 태도 등을 붙이고 그에 어울리는 부탁을 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거는 기대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이 방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모든 설득전략도 그렇지만 특히나 도덕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상대방의 능력이나 경험 및 성격을 반영하는 특성에 대해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 종잇장보다도 귀가 얇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사람을 설득하려면 내가 제안하는 것이 상대방이 예전에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과 같은 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과거에 한 결정이 잘못된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과거에 한 결정을 칭찬하고 '당시에는' 그 결정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당시 상황과 입장을 고려할 때' 과거의 결정이 옳은 일이었음을 전달한다면 상대방은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바로 그때 상대방의 성향과 행동에 걸맞은 제안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일을 하다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동료나 이웃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내 경우 상대방이 나를 더 싫어하게 될까봐 부탁을 꺼리거나 뒤로 미루기도 했고, 그로 인해 해야 할 일이 늦어진 적도 있었다. 나를 못마땅해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 사람과 말을 섞든 섞지 않든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최악의 일이 일어나 봤자 역시 아무것도 아닐 뿐이다"라고. 밑져야 본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겁내지 말고 시도해야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도 생길 수 있다.

4. 호감의 법칙: 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

취직이나 이직을 준비한다면 특히 알아둘 부분이다. 채용에 관한 연구 결과, 이력서에 긍정적인 내용만 쓴 지원자는 작은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먼저 밝히고 나서 긍정적인 면을 작성한 지원자보다 면접 기회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할 점은 자진해서 털어놓는 약점이 비교적 사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점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관련된 장점, 즉 단점을 중화하는 특징을 같이 언급해야 한다.
우리는 일터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한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실수했다면 즉시 인정하고, 나에게 문제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실수를 수습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은 능력 있고 정직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떤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알려야 하는 입장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되도록 빨리 관련된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고 둘째, 나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음을 알리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할 때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5. 희귀성의 법칙: 부족하면 더 간절해진다

나만 알고 있는 정보를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면 반드시 그 정보의 희귀함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는 그 이유가 너무나 당연해 보일지라도 상대방에게 이유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와 똑같이 내 부탁의 이유를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따라서 고객과 만날 약속을 정하거나 동료에게 새로운 업무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경우, 반드시 그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함께 말해야 한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는 어떻게 말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압운(라임)은 정보 처리를 유창하게 하기 때문에 말에 압운이 있으면 머릿속에서 더 쉽게 처리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정확한지를 판단할 때 머릿속에 유입되는 정보의 유창성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운이 잘 맞는 표현을 익히는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6. 권위의 법칙: 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

흔히 내가 나를 칭찬하는 것보다 제삼자가 나를 칭찬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도 다른 사람이 나를 소개하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제삼자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졸업증명서든 자격증이든 상장이든 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무엇이든지 설득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여라.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증명서들이 나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낼 것이다.
한편, 조직의 리더는 권위를 좀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고 구성원도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조직의 의사결정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려면 다른 구성원의 의견도 기꺼이 수용하는 협력적인 리더십이 조직 내에 자리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회의에 들어가거나 이메일에 답장을 쓰기 전에 내 감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를 위해 잠시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종종 효율성을 이유로 회의를 연속해서 빡빡하게 잡는 경우가 있는데, 회의 사이에 휴식시간을 끼워 넣어 이전 회의로 인해 유발된 감정이 다음 회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이는 게 좋다. 특히 두 번째 회의 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